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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lipse Of The moon

Moon Rabbit

 

 

 하늘을 밝게 비추던 태양은 어느덧 저 수평선 너머로 사라졌고 둥근 달이 머리 위를 지나갈 즈음, 숲속의 마녀 뮤리엘은 오두막으로 돌아가던 참이었다. 부스럭. 작은 인기척에 고개를 돌려보니 찬란한 달빛을 머금은 토끼 두 마리가 두 발로 서서 귀를 쫑긋 세우고 뮤리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눈을 마주치자 코를 찡긋거렸다.

 

 “따라오란 소리니?”

 

 뮤리엘의 말이 맞았는지 목적지가 있는 듯, 한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두 마리의 달의 사자가 지나가는 길엔 부서진 달빛이 흩어졌고 뮤리엘은 은근히 그 빛을 작은 병에 모았다. 좋은 재료를 흩뿌리는 멍청하고도 귀여운 사자님들. 속으로 작게 웃던 뮤리엘은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먼저 뛰어가 멀찍이 서 있는 달의 사자들을 보았다. 그들이 도착한 장소는 아름답고 향긋한 초목들과 동물들이 여유롭게 거니는 곳, ‘셀레네의 호수’였다. 셀레네의 호수는 달을 한 아름 끌어안아 그 광체가 오로지 제 것임을 뽐내고 있었다.

 그 가운데 따스히 빛나는 커다란 꽃봉오리가 뮤리엘에게로 흘러오고 있었다. 잠잠하던 수면이 출렁거렸다. 꽃봉오리가 꿈틀거린다. 살짝 벌어진 꽃봉오리 사이로 토끼의 귀가 쫑긋 솟아올랐다. 자그마한 손이 꽃잎을 해치고 손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

 

 머리 위에 떠있는 달님과 같은 상냥한 머리색, 태양이 될 수 없음을 알고 푸른 하늘을 동경하는 눈동자, 사자들이 흩날리던 빛 가루를 뿌리면 몸 그 자체가 밤이 되는 피부.

 

 “너희 주인은 언제나 날 당황스럽게 하는구나. 내가 그분께 실례되는 행동을 한 적도 없는데.”

 

 사자들은 뮤리엘을 지긋하게 바라보다 그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뮤리엘은 터무니없이 달빛 가루를 빼앗기고 말았다.

 

 “어머, 쪼잔하기도해라. 뛰기만 해도 실컷 나올 텐데 뭐가 아깝다고 뺏어가니?”

 

 뮤리엘은 가벼운 손짓으로 사자들을 공중에 띄웠다. 당황한 사자가 병을 떨어뜨리자 병은 핑글핑글 돌며 뮤리엘에게로 돌아왔다. 친절한 마녀님은 신성한 달의 사자들을 내려주었다. 멍청하지만 귀여운 사자님들은 화가 난 듯 발로 바닥을 탁탁 쳤다. 뮤리엘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달이 보낸 선물-뮤리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에게로 다가갔다. 뮤리엘은 안아달라고 칭얼대는 아이를 너그러이 받아주었다. 아이는 만족스러운 듯 말랑거리는 볼을 뮤리엘의 볼에 비볐다. 따뜻한 감촉에 움찔한 그였지만 다시 미소를 짓곤 아이를 허공에 띄웠다. 발밑에서 안절부절못하는 토끼들이 거슬릴 법도 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야, 그분께서 보내신 아이야. 어떤 연유로 내게 왔는지 모르겠지만 그분도 뜻이 있었겠지. 너의 이름은 ‘아이셀’ 네가 떠날 그날까지 보살펴주겠다.”

 

 아이셀은 공중에 둥둥 띄워진 게 재밌는지 방긋방긋 웃었다. 아이셀의 뒤로 따스한 달빛이 비친다. 셀레네의 호수도 아이셀에게 달빛을 넘겨주었다. 

얄궂은 분, 내게 이별을 보내주셨구나. 

 뮤리엘은 아이셀을 다시 품에 안고 휘영청한 달을 바라보았다. 뮤리엘의 품에서 금세 잠든 아이셀을 보던 달의 사자들은 곧 하늘을 향해 달려 나갔고, 달을 지키는 별자리로 돌아갔다. 쫑긋 서있던 귀를 살짝 내리고 몸을 둥글게 말아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이를 고쳐 안고 숲 속의 오두막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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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ne nuit  (0) 202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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